김중곤 목사, 교회가 어둠에 묻힌 세상 빛으로 밝히길

"올해 성탄절은 그 어느 해보다도 조용하게 지나갈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휩쓸고간 흉터나 다름없는데, 특히 교회는 그 아픔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땅에 빛과 소금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성탄절 마저, 비대면 예배를 드려야 하는 형국입니다. 그렇다고 교회가 이대로 주저앉아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에 김중곤 목사님의 글을 통해 오늘 교회의 사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올해 성탄절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인 듯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성탄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언제나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뤘던 길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9시 이후 칠흑같이 어둠이 깔리고, 기쁨과 소망, 희망으로 아기 예수를 맞이했던 교회마저 대면예배 금지라는 철퇴를 맞아 활기를 잃어버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 여파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직장인들이 갈수록 증가해, 가족의 행복마저도 상실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례없는 실업자수 증가는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절이니까 견뎌내야 한다는 말만으론 하루하루 버텨내기가 힘든 건 사실이다. 온누리에 평화가 깃들어야 할 시점에, 갈등과 고통, 아픔만이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일은 다 하나님께서 간섭하고 계시다는 점이다. 인간의 욕망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를 하나님께서 따끔하게 혼내고 계시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창조질서를 인간의 간약한 이기와 욕심으로 파괴한 죄에 대한 채찍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에 앞서 모든 일을 눈동자처럼 지켜보시고 계신 하나님의 간섭하심을 절실하게 부르짖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강건하게 세우고, 그 중에서 한국교회를 들어 쓰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시대의 장애물이 아니라, 시대의 선두자로서 풍랑을 맞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어둠이 지배하던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 오신 예수님처럼, 한국교회가 어둠과 고통, 아픔에 처한 시대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빛이 되어야할 교회가 오히려 어둠으로 물들고, 소금의 맛을 내야할 교회가 아무런 맛도 내지 못하는 쭉정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외형적인 크기와 성도의 숫자가 본질이 아니다. 얼마나 낮은 자의 심정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려 하는지가 교회의 본질이다. 본질을 잃어버린 교회는 제 아무리 크고 많은 성도수를 자랑해도 결국에는 손가락질을 받는 교회로 전락한다. 반면 아무리 작고 성도수가 적어도 교회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그 교회는 곧 칭찬을 받는 교회가 된다.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교회성장의 불꽃은 곧 꺼지지만, 하나님의 뜻과 동행하는 교회의 성장은 그 불꽃이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른다. 오늘 한국교회가 제2의 부흥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바로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좋은 교회의 본질을 감당해 내는 것이다.

 

2020년 성탄절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처럼 정말 스스로 낮아져 겸손하고, 대신에 하나님만을 홀로 높이는 참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 목회자가 주인이 되고, 교회의 크기가 몸이 되는 것이 아닌, 진정 목회자는 주의 종이 되며, 교회는 주님의 몸 된 교회로서의 역할을 다시 다짐하는 성탄절이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교회의 문턱이 너무 높아서 소외된 이웃들은 쳐다보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디서 누구나 쉽게 넘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문턱이 되길 기대한다. 더불어 모든 주의 종들이 세상이 정해놓은 권좌의 꼭대기에서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거짓된 언행을 하지 않으며, 인기에 편승해 얼굴을 알리는데 목을 매지 않는 참 목회자로서 정도의 길을 걷길 바란다. 2020년 성탄절 아기 예수의 탄생을 간절히 축하하고, 어둠에 묻힌 세상이 빛으로 환하게 빛나 모두가 행복한 날이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예장 합동총신 총회장•본지 논설위원